K-소부장 일어서다

소부장 기업, 표준 달고 날아오른다

프레넬팩토리코리아 _ 김명종 대표

고부가가치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는 국가 산업경쟁력의 기초체력과 같다.
분야 특성상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인데, 기술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다.
광학기술 부품을 설계 및 제작하는 프레넬팩토리코리아는 시장선점의 해답을 표준에서 찾는다.
국제표준화라는 경영전략을 통해 공급 업체 포지션을 넘어, 업계에 새 기준을 제시하고 업계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를 꿈꾸고 있다.

Q : 프레넬팩토리코리아와 프레넬렌즈에 대해 소개해 달라.

프레넬팩토리코리아(이하 프레넬팩토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프레넬 기술을 이용해 광학렌즈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프레넬 기술은 작고 좁은 원형의 돌기를 일정한 비율로 설계한 것으로, 이를 렌즈에 적용할 경우 빛을 한 개의 초점으로 모을 수 있다. 각각의 돌기가 모두 빛을 굴절시키는 프리즘 형태의 개별렌즈이기 때문에 구면수차를 줄일 수 있을뿐 아니라 기존 볼록렌즈에 비해 가볍고 얇다. 또한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프레넬 광학렌즈는 LED센서 조명을 비롯한 각종 동작감지센서, 디스플레이 기기, 태양광 관련 설비까지 다양한 곳에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Q : 프레넬팩토리의 강점과 주요고객에 대해 설명해 달라.

벤처기업 인증 및 기업부설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프레넬팩토리는 지난 20년간 꾸준한 연구개발로 핵심기술 역량을 강화해왔다. 덕분에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맞춤형’ 광학 장치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 수행하고 있다. 거래처의 업종, 국적, 규모도 다양하다. LG전자 등의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미국의 아마존과 Tyco Electronics, 이스라엘의 Risco, 네덜란드의 TVI Light와 ASM 등에 납품 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도 주요 고객이다.

Q :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청기업에 납품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소부장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기술력을 갖춰도 이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업계 내 ‘측정 기준’이 없는 경우, 납품기업은 고객사의 기준이나 요구에 상당 부분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고민하던 중 국제표준화 활동을 알게 됐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된다면, 경쟁사들이 우리의 기술을 따라와야 한다는 점이 솔깃했다. 국제표준 활동이 우리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 분야의 기술 기준을 리드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에 자사 광학센서 기술 노하우를 활용, 자율주행차 광학센서모듈의 합리적 성능 측정방법에 대한 국제표준화에 나서게 됐다.

프레넬팩토리의 김명종 대표는 현재 IEC의 TC 47/WG 6에서 자율 주행차량용 광학센서모듈의 성능 측정방법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을 이끌고 있다. NP를 제출해 기술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 10 월에는 총회(Plenary meeting) 발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스마트가로등 분야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IEC TC 34/WG 14에서도 광학센서 영역 표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프레넬팩토리코리아 _김명종 대표

Q : 센서 성능평가에 대한 표준을 소개해달라.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LiDAR 등이 기본 센서로 탑재돼 있다. 어떤 센서가 더 좋은지 시장에서 나름 통용되는 스펙 조건은 있지만, 아직 정확한 품질 기준은 없다. 김 대표가 제안한 자율주행차 광학센서의 광학품질평가 표준은 센서의 성능을 모듈 수준에서 시험하는 방법과 기준을 제시한다. 근ㆍ원적외선 센서의 광학성 평가를 통해 시야, 감지영역, 응답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수행 방법과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다.
우리 눈은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시각을 통한 식별 능력이 약해진다. 적외선 광학센서도 마찬가지 다. 때문에 자율주행차 센서의 경우 여러 환경조건에서의 성능과 작동성을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센서모듈 테스트에는 실제 도로 테스트, 설비활용 테스트, 가상 시뮬레이션 테스트 등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테스트 설비를 사용하는 것이 앞서 말한 다양한 환경조건을 설정하기에 용이하다. 우리가 제안한 표준은 여러 상황을 가정한 구체적인 설비 측정방법을 규정하고 있어 광학성능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Q : 기업 입장에서 표준화 활동이 쉽지는 않은데

표준위원회 활동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표준화 추진 중에 업계의 기술적 추세가 바뀌어도 낭패고. 다행히 소부장은, 예컨대 식음료 분야처럼 1년 사이에 크게 바뀌기 어려운 분야다. 로드맵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서 표준을 제정하기만 하면 분명히 시장을 힘 있게 리드할 수 있다.
표준화 활동까지는 어렵더라도 표준 동향에는 꼭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미국의 고객사 중 한 곳이 가로등 소켓 국제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이 소켓 모양이 통신 규격과 전기 장치 크기까지 규정한다. 만약 국제표준 제정에 성공하면, 이 과정을 모르고 있던 해당 업계 기업들은 새로운 표준에 맞춰 금형을 다 다시 파고, 통신 방법도 바꿔야 한다. 그게 몇 달 안에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최소 1, 2년은 표준을 제정한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누리는 거다.
소부장 기업 중에 수출 안 해도 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물론 내수시장만 생각해 ‘KS도 아닌데 굳이 국제표준을 지켜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표준이 결국 국내표준이 된다. 국제표준 공부는 그야말로 필수다.

Q : 소부장 기업에 국제표준화 활동이 왜 중요한가?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서 기존 제품보다 우수한, 예컨대 200만큼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고 가정 해보자. 그런데 기존 방식이 100밖에 측정을 못 하면 우리 기술은 그만큼밖에 인정을 못 받는다. 고객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개 영업과 설득이지, 우리 제품의 가치를 200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해 서가 아니다. 특히 소부장에는 아직 품질평가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 더욱이 기술개발과 국제표준을 같이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자사 기술 수준에 맞게 표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거다. 그래야 기술력을 갖춘 소부장 기업이 온전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Q : 표준화 활동을 추진하며 느낀 가장 큰 이점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의 한 대기업에서 스마트가로등에 들어가는 PIR 기반의 광학센서 렌즈 설계 및 개발을 의뢰한 적이 있다. 우리 포함 3개 회사가 경쟁했는데, 아쉽게 2차 제안에서 떨어져 영국 회사가 프로젝트를 가져갔다. 이후 지금 소속된 IEC/TC 34에서 표준화활동을 하다가 그때 그 고객사의 관계자를 우연히 만났다.

그 전에, 표준화 활동을 시작하기 4년쯤 전부터 원적외선을 쓰는 PIR 센서의 성능측정 기준을 회사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 센서가 나온 지 족히 40년은 됐는데, 성능측정 기준이 계속 없는 상태였다.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제시한 방법을 통상적으로 사용은 하는데, 사람이나 개가 움직이면 그에 대한 센서 반응을 측정하는 식이다. 강당 하나 빌려서 사람이 직접 뛰어다니고, 개를 풀어놓고 ‘이리 와’ 하는 거다. 이게 3년도 안 된 얘기다. 한두 번 실패하면서 계속 측정기준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 이었는데, 분야는 다르지만 기술적으로 유관한 IEC 63180 표준이 2019년 말쯤 제정됐다. 그 표준을 반영해 평가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다시 만난 고객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스마트가로등 센서 성능측정을 역으로 제안했다. 우리를 이긴 경쟁사 제품을 우리가 테스트하는 상황이 된 거다. 다른 글로벌 반도체 회사, 센서회사 등에서도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발된 우리 측정장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였다면, 이제는 고객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업할 수 있는 회사가 된 것이다.

Q : 우리 기업에게 국제표준화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개발 기업의 경우 R&D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특히 주력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접산업으로 시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PIR센서 위주의 광학렌즈는 기술만 놓고 보면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센서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부가가치 차이는 엄청나다. 예컨대 국제표준에 부합한 렌즈만이 자율주행차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해지면, 기존의 500원짜리 렌즈가 순식간에 5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접영역 시장에 진입하려면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측정 기준을 만드는 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수 있는 전략이었다. 다른 기업도 우리 기준에 따라올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