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KTC 및 KTC 제품안전연구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제품안전연구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강정모 센터장입니다. 아마 많은 국민들께서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KTC가 익숙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 KTC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주무부처로 전기전자 제품을 포함하여 우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의 안전과 성능에 대한 시험 및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특히 제품기술연구센터는 이러한 다양한 제품의 안전과 성능에 대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표준 분야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지난 2012년 삼성전자 LED사업부에 근무할 때 처음으로 IEC 국제표준화 업무를 시작했으며, LED 및 OLED 조명에 관한 국제표준에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부터 OLED 광원을 담당하는 IEC SC 34A(Electric light sources) WG3(OLED light sources)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조명인 ‘스마트조명’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 스마트조명이란 무엇인가요?
먼저 스마트조명에 대한 정의를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국제표준화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표준화를 추진하는 대상이 바로 용어와 정의입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국가의 전문가가 의사소통을 하고 표준화라는 합의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조명의 정의를 말씀드리면, 조명기기와 센서, 유·무선 통신, 운용 소프트웨어 등이 결합되어 요구되는 광 품질과 성능을 만족시켜 주고, 주변 환경이나 미리 정의된 조건(광속, 색온도 등) 또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따라서 적절한 제어가 가능한 조명을 의미합니다. 즉, LED로 대변되는 반도체 기반 광원기술, 통신 및 제어 등의 IoT 기술 등이 망라된 융복합 기술 분야라고 생각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Q : 스마트조명 표준화란 무엇인가요?
조명이란 결국 자연의 태양을 모사하는 인공적인 광원입니다. 소위 ‘전통조명’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조명 제품들은 일정 수준의 빛을 항상 제공하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명이 지향하는 태양은 아침과 저녁, 맑은 날과 흐린 날 등 상황에 따라 빛의 양과 온도가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따라서 올바른 조명은 이러한 태양의 세부 사항까지 모사해 상황에 따라 빛의 양과 상관 색온도(Correlated Color Temperature)가 바뀌어야 합니다. 즉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빛의 양과 상관 색온도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어가 용이한 LED 반도체 광원에 센서나 통신 기술을 접목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빛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조명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스마트조명의 표준화는 어떠한 프로토콜로 광원을 제어할 것인지, 또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빛의 양과 상관 색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지, 안전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제품이 어떠한 기능을 제공하는지 등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 스마트조명 평가 표준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용자가 스마트조명을 이용하여 빛의 양을 조절하거나 색온도를 바꾸려고 할 때는 본인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섬세하고 세밀하게 제어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기능이나 성능은 제조사별로 차이가 심해서는 안 되겠죠. 즉, 스마트조명에 대한 평가 표준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기능만큼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약속입니다. 이러한 약속이 규정된다면 소비자는 스마트조명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확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 표준은 제조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 : 스마트조명 표준화를 추진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마트조명 국제표준화 제안은 국내 조명 관련 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내린 일종의 해결책이었습니다. LED 조명의 대중화로 글로벌 조명시장은 최근 무려 100조 규모로 크게 성장하였지만, 사실 그 성과와 과실을 국내 기업이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최근 저가/저품질의 외산 LED 조명이 도입되어 국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오랫동안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왔는데, 그중 하나의 솔루션이 바로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LED 광원기술과 IoT 기술의 접목을 통한 고부가가치 스마트조명의 활성화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는 조명산업의 전반적인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특히 글로벌 조명제조협회에서 조명산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였는데, 해당 로드맵에 스마트조명이 곧 조명산업의 미래 지향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 현재 글로벌 스마트조명 시장에서도 표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습니까?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조명산업 분야는 단순조명에서 스마트조명으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외 다양한 조명기업들은 앞다퉈 스마트조명이란 용어를 사용해서 제품을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보급이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로, 스마트조명의 활성화가 완료되면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질 전망입니다. 때문에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어느 제품을 사더라도 원하는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관련 표준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 공동 목표 하에 에너지 절감과 사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스마트조명 표준에 대한 필요성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KTC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소와 기관에서 스마트조명에 대한 표준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도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어 머지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스마트조명 표준 제정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스마트조명에 대한 표준화는 결국 스마트조명의 보급과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의미합니다. 스마트조명이 주는 편익은 크게 3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단위공간에서 인간의 감성 중심의 최적 환경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선호도 및 심리상태에 최적화된 빛환경을 제공합니다. 둘째, 사용자 물체의 위치 및 동작에 반응하거나, 광학특성의 가변으로 시각능력을 향상시키고, 유‧무선 네트워크 솔루션을 이용해서 감시, 편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의 변화, 재실여부, 행동 감지상태를 반영해서 빛의 양을 최적 또는 능동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조명으로부터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또한, 소비자가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익을 증진시켜주는 아주 특별한 기술인 것입니다.
Q : 표준 개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제표준화는 끊임없는 합의의 연속입니다. 먼저 각국 전문가를 대상으로 표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 후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는 NP(New Work item Proposal) 단계를 거칩니다. 이후 표준안을 개발하는 CD(Committee Draft) 단계, 각국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발된 표준문건을 투표를 통해 의사를 묻는 CDV(Committee Draft for Vote) 단계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렇게 출판 전 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단계를 완료하면 비로소 하나의 표준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빠르면 2년,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Q :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시면서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스마트조명 표준화의 필요성을 각국 전문가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표준 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IEC 국제표준화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구성되지만 유럽이나 북미의 전문가는 대부분 기업 소속입니다. 즉, 각 국가를 대변함과 동시에 기업의 이익 역시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각 기업마다 스마트조명에 대한 시장의 관점·제품 출시 시기, 전략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다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시기와 표준화 범위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Q : 표준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표준화는 끊임없는 합의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간에 공감대나 유대감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합의를 이루려면 먼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국제표준화에 있어 가장 필요한 점은 다양한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조직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2017년부터 WG3의 의장과 다수의 프로젝트 리더 활동을 통해 조직에 기여하고 신뢰를 얻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국제표준화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전문가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조율하기도 합니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스마트조명의 표준화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조명 분야 관계자로서 국내 조명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원해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스마트조명 분야에 대한 표준화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 도로조명에 대한 표준화를 새로 제안하여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 관련 기업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표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대기업이라도 별도 표준담당자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표준화에 많은 자원을 투여하는 것이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개발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표준화에 대한 공유와 기업 등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