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천대학교 물리학과의 배준호입니다. 저는 나노소재의 합성과 기초 물성 측정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아 공대와 삼성에서 반도체 소재 광학센서에서 나노소재의 응용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했습니다. 2013년 가천대에 왔고요. 그 이후로 나노소재, 반도체 소자 국제표준화 연구개발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2014년도부터 IEC 국내 전문위원회에서 활동해 왔고요, 그중 반도체 분야와 나노 전기 전자 분야 두 위원회에서 국제표준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기술위원회에서 리에종 오피서를 맡아서 두 분야의 교류에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 ‘자율차 열화상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요즘 뉴스에서 자율자동차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자율자동차란 운전자의 운전 없이 길거리의 사람, 신호등, 표지판을 읽고 알아서 달리는 자동차가 됩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카메라와 광학센서가 아주 핵심적인 부품임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중 열화상 기술은 적외선을 활용한 열화상 카메라 또는 적외선 카메라 관련 기술을 말하고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는 동물과 사람이 방출하는 약 8~14마이크로미터 파장의 원적외선 열에너지를 감지해서 보여주는 카메라가 되겠습니다. 자율차에 달린 이미징용 카메라는 야간이나 우천 시에 이를테면 어둡거나 비가 올 때 사람과 동물의 식별이 어렵겠죠. 그렇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물체가 이렇게 스스로 내는 열에너지를 식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열화상 카메라가 자율차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데, 야간 감시라든지 온도측정, 군사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적인 면에서 보면 전 세계의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향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자동차 분야입니다. 특히 차량용 카메라모듈은 현재의 모바일모듈 대비 수배에서 10배까지 비싸기 때문에 전체 카메라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다들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율차 기술의 진전으로 인해서 자율주행 관련 센서들이 차량용 카메라모듈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Q : 자율차 열화상 기술의 표준화를 추진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자율차가 스스로 돌아다니려면 많은 센서들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일러서 Sensor fusion이라고도 말을 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센서들이 필요한 이유는 각 센서들이 가진 특성들이 다르고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인간이 시각뿐만 아니고 청각이나 촉각이 있어서 이러한 정보들을 모아서 좀 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센서 간의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있다 보니까 표준화가 중요해지는데 이를테면 각 센서들 간의 통신방식이라든지 또는 사용 환경에 대한 내구성이라든지 또는 품질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측정방식이라든지에 대한 표준화, 규격화가 중요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다면 자율차 열화상 기술 관련 표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재의 열화상 관련 기술은 군사 목적의 표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분에서 사용하기에는 이런 군사 목적의 표준들이 내구성 규격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또는 기술 관련 내용들이 시대에 뒤처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해서 민간 특히 자율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규격과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화상 이미지 기술은 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을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입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LiDAR와 카메라만으로는 볼 수 없는 것, 특히 인간이나 동물을 악천후에서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현재는 자율차의 가장 기본이 되는 LiDAR 장치조차도 충분히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열화상 기술까지는 표준에 대한 필요성이 충분히 다다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Q : 자율자동차 열화상 기술 분야 우리나라의 표준개발 동향은 어떠한가요?
열화상 관련 기술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대한민국은 두 가지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스마트폰 산업과 함께 카메라 분야 역시 성장해서 CMOS 센서와 그와 관련된 광학 산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열화상 센서는 이와 다른 센서이고 렌즈 산업 또한 별개의 설계 기술이나 소재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열화상 하드웨어 분야는 우리나라가 아직 크게 발전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설계 기술과 소재에 대해서 몇몇 기업이 원적외선 파장 대역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자율차 열화상 기술 표준제정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역사적으로 국제표준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당연히 저희 국제표준의 제정은 참여국가들에서 자율차용 열화상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널리 보급하고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단체들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자의 기술로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해 낸 경우도 있는데요. 최근에 테슬라가 기존의 자율차 업체들과는 다르게 LiDAR를 사용하지 않고 다수의 카메라와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을 구현해 낸 일이 있습니다. 만약 테슬라 이외의 업체들이 카메라와 AI만을 이용한 자율주행 방식을 좀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해당 방식의 독자적인 국제표준 제정도 충분히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테슬라는 해당 분야의 기술 선도는 물론 국제표준에 대한 선도까지도 이루게 되어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자율차에 특화된 열화상 기술의 국제표준이 거의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요, 기존에 있는 자동차 안전 표준을 자동차용 열화상 카메라 개발에 적용된 사례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관련 외국의 한 기업에서 자율차 열화상 카메라에 자동차 기능 안정성 국제표준인 ISO 26262를 적용하였다고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적외선 카메라의 측정방식 표준을 사용해서 산업계에서 생산된 열화상모듈의 성능 평가를 한 사례들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 자율차 열화상 기술 표준개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전 세계 국제표준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IEC 반도체위원회에서 자율차 열화상 기술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통상 IEC 반도체위원회에서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과정은 국가기술표준원의 국내 전문위원회에서 먼저 발의한 다음에 국내 전문가들의 동의와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IEC 기술위원회에서 상정합니다. 현재 16개국의 참여국가와 19개국의 옵져버 국가들의 참여와 투표를 거쳐서 여러 단계의 참여 국가들의 지지를 받아야 최종 국제표준으로 등록되게 됩니다.
Q : 자율차 열화상 기술 표준을 수행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국제표준은 각 기술위원회에는 많은 회원국의 동의를 얻는 작업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기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진행을 해보니 사실 힘든 것은 정치적인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자율주행차 시장은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중국이 자율차 관련된 기술의 표준제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요, 이미 일본과 프랑스 등의 국가와 협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표준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Q : 표준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신가요?
국제표준을 제정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과 달리 기술적인 표준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해당 분야 혹은 기술에 대한 이해관계의 정의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부분의 합의와 더불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의 해소입니다. 이러한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것으로써 역시 대화와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고요, 이를 위해서 각국의 표준전문가들이 대화와 협업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이를 위해서 여러 나라의 표준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대내외적인 표준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저의 자율차 열화상 기술 국제표준은 IEC 국제무대에 정식상정 되어서 새로운 표준 제안, 즉 NP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IEC에서 각국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향후 2, 3년 후 국제표준을 발간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이 분야의 국제표준과 기술을 주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국제표준은 기술과 산업을 국제적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국가의 기술전략으로서 아주 중요하고 최근 그 중요성이 전보다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업인들이 직접 국제표준을 개발할 수 있는 경로도 아주 많아졌고요, 각 산업의 기업들도 국제표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의 기업인들이 국제표준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고요, 특히 자율차 분야에서 많은 국내의 연구진들이 국제표준을 선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