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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02

미래항공교통 eVTOL의 기술과제 및 핵심 부품 개발

윤용현 _ 국민대학교 미래모빌리티학과 특임교수

전 세계적 이목이 쏠린 2024 제33회 파리 올림픽에서 미래항공교통(AAM : dvanced Air Mobility)의 유인비행 시연이 무산 되었다. 독일의 AAM 기체개발업체 볼로콥터(Volocopter)가 파리 남동부 오스텔리츠 기차역 인근의 센강에서 비행시험을 추진했으나 비행을 승인받지 못했다.
볼로콥터의 도심항공교통(UAM)은 2011년 최초 비행시험에 성공한 후 2021년 11월 우리나라의 김포공항과 인천항에서 비행을 시연했고, 2023년 11월에는 미국 뉴욕 상공에서도 유인비행을 시연하는 등 그동안 2,000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해 왔다.
볼로콥터의 비행체 볼로시티(Volocity)는 UAM 중 비교적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럽항공안전청(EASA)이나 미국연방항공국(FAA)의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미래비행체가 인증을 획득하고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AAM 사업은 현재 K-UAM 로드맵에 따라 그랜드 챌린지 실증사업이 전남 고흥에서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내년이면 수도권 아라뱃길, 한강, 그리고 탄천 상공에서 AAM 기체가 실증비행을 하게 된다. 국내 AAM 사업추진은 세계적 개발 경쟁에서 결코 뒤떨어져 있지 않다.

항공산업의 새로운 지평, AAM

미래항공교통(AAM) 체계는 도심 내 또는 도시 간을 운행하는 항공 모빌리티다. 초기 인구밀집 지역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UAM으로 출발했으나, 최근 지역항공교통(RAM)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항공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AAM을 혁신항공교통(IAM)이라 하기도 한다.
AAM은 도심 내 운항, 도심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에 승객과 화물의 항공운송으로, 반드시 기존의 지상 교통체계와 연계성을 가지고 통합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항공택시 외에 항공관광, 경찰 및 소방 분야의 특수임무·구급구조용 등에 활용되며, 군사적으로도 지휘통제기, 병력 및 물자 수송용, 정찰 및 타격용으로 활용되는 등 그 범위가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아울러 기존의 항공 모빌리티가 장거리를 빠르고 높게 비행하는 특성을 가졌다면 AAM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운항요건을 갖는다.
첫째, 활주로가 아닌 지상교통과 연계한 버티포트(vertiport)1)에서 수직 이착륙을 한다. 둘째, 비교적 저고도인 300~600m의 도심상공을 비행한다. 셋째, 비교적 낮은 비행속도 범위인 300km/h 이하로 운행한다. 넷째, 탑승객은 통상 6명 이하로, 초기 운항 시 조종사가 탑승하나 안전성이 확보되면 조종사의 탑승 없이 완전 자율비행을 한다. 다섯째, 항속거리는 80~400km 이내 위치한 버티포트를 기반으로 운행한다. 여섯째, 탄소배출이 없고 소음공해가 없는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1) 버티포트(vertiport) : 수직 이착륙 비행장

미래비행체 eVTOL 항공기

AAM의 운항요건을 충족하는 AAM 기체는 전기동력 수직이착륙(eVTOL : electric Vertical Take-Off Landing) 항공기다.
eVTOL이 기존의 항공기술 외에 추가로 필요한 특화 시스템 기술은 전기에너지·수직동력·분산전기동력·비행제어 및 자율비행 시스템 등이다. 전기동력 시스템은 탄소배출 제로 친환경 동력장치로 관심받고 있으며, 수직동력 시스템은 지상교통체계와 연계성을 갖는 버티포트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분산전기동력 시스템은 낮은 소음수준을 유지하고 추락성을 향상시키며, 자율비행 및 비행제어 시스템은 운항경제성과 충돌 회피 등 비행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eVTOL의 특화 기술은 기존 항공기보다 100배 강화된 신뢰도를 충족 하기에 충분하다. 즉, 기존 항공기의 안전 인증기준 10-7 (100만분의 1의 확률) 대비 eVTOL은 이보다 100배가 강화된 10-9 를충족해야 인구밀집 지역 상공에서의 비행이 가능하다.
현재 개발 중인 eVTOL은 멀티콥터(Multicopter), 리프트&크루즈(Lift&Cruise), 추력편향(Vertored Thrust)의 3가지 형태가 있다. 멀티콥터는 기술개발이 비교적 쉽지만 수직 로터(회전자·회전체)만 제어하므로 동력효율이 낮아 탑승객 2인을 초과하기 어렵고, 항속거리 또한 짧다는 단점이 있다.
리프트&크루즈는 이착륙 로터와 순항비행 프로펠러가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구조라 보통 수준의 효율성을 보인다. 하지만 순항비행 시 이착륙을 위한 로터들의 항력증가로 인해 에너지손실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추력편향은 비행모드(순항비행, 이착륙)에 맞게 로터가 기울어지는 구조라 가장 효율적이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개발 및 제작비용도 많이 든다.
현재 성공적으로 eVTOL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조비 에비에이션의 Joby-S4, 현대자동차의 S-A2, 한화시스템의 Butterfly XP-1 플랫폼 대부분 이러한 추력편향(틸트로터) 형태다. 특히 국내 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개발한 틸트로터형 자율비행 개인항공기(OPPAV2))가 이미 비행시험에 성공해 K-UAM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 OPPAV(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 : 정부의 다부처사업으로 개발된 고유 eVTOL

eVTOL의 기술적 과제와 핵심 부품

새로운 비행체 eVTOL은 기존의 고정익항공기·회전익항공기·무인항공기의 개발 기술과는 70%가 공유되고 나머지 30%는 새로운 특화 기술이다. 현재 국내외 개발업체 모두 이 30%의 새로운 특화 기술 인증기준을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향후 인증문제를 해결하고 2030년까지 AAM 기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10개 내외로 예상된다. 조비 에이에이션과 아쳐, 베타테크놀로지 등이 2025년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나라의 현대 자동차와 한화시스템도 기체인증 획득을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주한 기체물량을 양산해 공급할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개발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주요 기술적 과제는 먼저 항속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고출력·고효율, 소형·경량·저전력 추진계통, 고효율·저소음 프롭시스템, 경량·저전력 항전장비, 고정밀 항법시스템, 운용비용 절감을 위한 자율운행을 위한 각종 센서 등이다.
하지만 더 어려운 관문은 이러한 각종 시스템이 시험평가를 거쳐 인증을 통과하게 되는 시험평가와 인증 기술이다. <표1>은 AAM 플랫폼의 시험평가 및 인증 기술을 포함한 eVTOL의 핵심 기술개발 과제를 보여준다. 식별된 과제에 따라 관련 핵심 부품을 제작하고, 기술표준화를 이뤄야 비로소 AAM 산업의 스케일업(Scale-up)이 가능하다. 스케일업의 시기를 좌우하는 것은 eVTOL 기체의 부품 인증으로, <표2>는 개발 중인 AAM 비행체의 eVTOL에 대해 식별된 7대 핵심 기술 분야에 따른 10대 핵심 품목을 정리하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를 향해

글로벌 AAM 산업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로 나아갈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에서 개발한 고유의 eVTOL 모델과 연계한 상용화가 필요하다. 다부처사업으로 추진해 현재 K-UAM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1인승 OPPAV의 후속사업으로 4~5인승급 AAM 비행체 개발을 조속히 착수하고 관련 부품산업을 동반 육성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해외에 지분 투자하거나 해외 자회사 설립을 통해 미국의 FAA 인증을 획득한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시, 국내 인증 기반 국산 부품의 AAM 플랫폼 장착이 어렵다. 국내에서 AAM 플랫폼을 제작하고 국내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AAM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국내 항공기 개발경험과 제작 및 인증능력을 구비한 업체를 선정하고, 국내 고유의 표준 AAM용 플랫폼의 인증을 추진해 부품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해야 한다. AAM의 핵심 소재·부품·장비는 부가가치가 높고 여타 첨단부품산업의 기술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셋째, 국내 표준플랫폼과 부품개발에 참여하는 관련 기업과 개발자는 국제표준화에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AAM 관련 주요 기술표준 정보를 활발히 공유해야 한다.
넷째, 국내 표준 AAM 플랫폼의 충분한 소요물량 확보를 위해 민수용 eVTOL 소요 물량뿐만 아니라 공공·군수용 eVTOL 물량을 확보해 개발비용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 최고 항공산업국인 미국의 경우 새로운 AAM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민간업체에 eVTOL 관련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미연방항공국은 미국에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eVTOL 기체의 조기인증 획득에 적극적이며, 미군수용 AAM 개발을 위한 어질리티 프라임(Agility Prime)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