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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03

배터리 안전성의 현재와 미래 : 국제표준화의 역할

현정은 _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이슈

2019년 현대자동차 코나 EV 배터리의 잇따른 발화 사고 이래, 최근 전기차 배터리 발화가 주요 이슈로 다시 다루어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2024년 9월 제시되었다. 주요 내용은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정보공개 의무화 등으로 전기차 안전 강화 ▲기업 책임보험 가입 확대·전기차 무상점검 매년 실시 등을 통해 기업 책임 강화 ▲BMS 충전기 개선, 소방 장비 확충 등으로 화재 예방 대응 능력 등이다. 이와 같은 화재 안전을 위한 대비를 위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관련 과제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개발은 빠른 감지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크게 셀 레벨에서의 이상 감지, 셀 간 및 모듈 간의 열전이 지연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배터리의 충·방전 상태와 수명을 모니터링하며, 과충전·과전류, 고온·저온 방지 및 고압력 감지와 같은 일차적인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화재와 폭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의 스웰링(swelling) 현상과 온도 이상 상승을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지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외 논문과 선진 반도체 기술은 이러한 이상 징후를 감지해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배터리 실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센싱 범위가 전류·전압·온도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이상 징후 판단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차전지 안전성 분야 국제표준화 현황

현재 국제표준화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구성요소에 따라 다른 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셀의 안전성 표준은 주로 IEC에서 다루며, 배터리 팩 및 시스템의 안전성 표준은 ISO에서 담당하고 있다.
특히 ISO 6469-1과 AMD ISO 6469-1은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성 관리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며, IEC 62660-2와 62660-3은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셀의 안전성 관련 표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표준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가이드라인으로, 각국의 연구소와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표준화 작업은 열폭주 방지, 충격 및 압력 테스트 등 다양한 시험 절차를 포함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ISO/TC 22/SC 37/WG 3

ISO/TC 22/SC 37/WG 3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있다.
AMD 6469-1(Safety management of thermal runaway propagation)의 경우 2022년에 발간되어 국제표준화되었다. 2016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으나, 시험의 어려움, 재현성 등으로 제정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AMD 6469-1 표준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부분은 셀의 발화방법이다. 셀의 열폭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따라 실제보다 발화가 더 약하게 혹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폭주가 일어난 것으로 가정할 경우, 시스템 검증이 부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의 편의성·재현성·재생산성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각국의 리뷰를 거쳐 최종적으로 셀 단위의 열폭주 현상을 일으키는 방법(내외부 히터·관통)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셀의 개발 방향에 따라 이러한 열폭주 가이드가 변경될 수 있어 해당 방법에 대한 재검증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단셀을 열폭주 시키는 법은 내부 히터와 국부 가열 히터, 못 관통으로, 각 방법에 따른 적용성과 한계가 있어 표준에서는 <표1>과 같이 적용 가능성 및 한계에 대해 제시했다. 현재 개정 작업에서는 이보다 더 자세하게 세분화해 시험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오류사항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IEC/TC 21/JWG 69

IEC/TC 21/JWG 69에서 논의되는 주요 내용은 IEC 62660-1, 2, 3 문서에 정의된 기술사항의 통일을 비롯해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전고체 리튬이온 셀과 같은 최신 셀 기술을 반영하는 것이며, 더욱 정확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고체 셀은 기존 배터리보다 고온에서 열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냉각시스템을 단순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최대 사용 온도 45℃를 넘어, 시뮬레이션에서는 60℃에서 90℃까지의 높은 온도 범위가 고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아닌 제조업체와 배터리 사용자 간 협의를 통한 최대 온도(Tmax)로 변경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IEC 62660-2 표준은 시험 절차에서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으며, 특히 셀의 테스트 결과 온도가 75℃를 초과할 수 있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추가했다.
IEC 62660-3 Ed 2.0 발행 후에는 강제내부단락시험(FISC)과 대체내부단락시험(Alt. ISC) 간에 동일한 셀을 테스트했을 때 특정조건에서 결과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확인되었다. 이에 두 시험 간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고자 개정이 제안되었다.
대체내부단락시험에서의 단락 전류는 강제내부단락시험의 전류와 일치함을 실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특정한 경우에만 강제내부단락의 단락 전류가 100배 이상 차이 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두 시험에서의 전류 차이를 실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것부터 결과를 더 합치시키기 위한 시험평가법의 재검증이 목표다.

시험 결과 불일치의 주된 원인은 단락 경로의 차이로 추정된다. 강제내부단락시험은 양극 집전체에서 니켈 입자를 거쳐 음극 집전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르는 반면, 대체내부단락시험은 양극 집전체에서 네일을 거쳐 음극 표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두 시험의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강제내부단락시험의 가혹한 조건을 비교할 목적으로 셀의 구조를 최외각 층에 양극 집전체를 사용해 음극층과 직접 닿도록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수정을 통해 더 정확하고 일관된 시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두 가지 케이스를 기반으로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제안됐다.

국내에서는 해당 안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하기로 합의하였다.
- 15°의 각도로 했을 때 가장 샤프한 결과가 나타나지만, 다른 각도에 따라 관통 깊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가장 깊게 뚫릴 가능성이 높다.
- 실제로는 1 layer보다 더 많이 뚫릴 수 있으므로, 75%로 고정하는 것보다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 각형 배터리의 경우, 케이스가 분리되어 젤리롤이 약간 부풀 수 있기에 깊이를 기준으로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요 시사점 및 향후 전략

상기 언급된 표준들을 활용해 배터리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위험 경감을 위해 문서화 작업을 철저히 수행하고, 내부시험 평가방법을 매뉴얼화하며, 공정 표준화를 통해 시험을 진행한다면, 열전이 시간 등의 요소를 정량화해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기존 표준의 경우, 단셀의 열폭주 방식을 기반으로 열전이 시간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각 단셀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열폭주 양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후, 시스템에 적용해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준화된 단셀 열폭주 시험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시험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불연소재와 조기 감지 센서 등의 안전성 개선 효과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듈 내부 전이 지연, 모듈 간 전이 지연, 시스템 내부 열확산 지연 등을 위해 조기 감지 센서, 냉각 쿨링 시스템, 벤팅 구조, 격벽, 그리고 불연소재 개발 및 적용이 주요한 요소로서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결국 배터리의 열폭주를 방지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