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파리기후변화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는 전 세계 국가에 대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에 동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고자 ‘Fit for 551)’를 발표했다. 이렇게 국제적인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 방법이 제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탄소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4.4TWh로 확대를 시도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중 유일하게 저장이 가능한 수소는 미래 환경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로 여겨진다. 현재 수소에너지 활용을 위한 수소 이송방식으로는 고압수소기체를 튜브트레일러로 이용하는 방식과 파이프라인을 통한 운송으로 나눌 수 있다. 튜브트레일러와 달리 수소배관은 보다 효율적으로 다량의 수소를 이송할 수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으며, 수소시범도시 등 관련 지정 지역에서는 수소배관 시범사업을 기획·추진 중에 있다.
1) Fit for 55 : EU가 2021년 7월 발표한 탄소배출 감축 계획안. 2030년까지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인다는 목표 실현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음
일반적으로 강관은 미국석유협회(API) 배관 규격에 따라 제작되고 있으며 이 중 수소배관은 API 5L, Product specification level(PSL) 2로 제작된다. 배관은 잔류응력 및 부식과 용접부의 특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제조 성형 및 용접방식에 따라 ERW(Electric Resistance Welding)나 SAW(Submerged arc welding) 혹은 심리스(Seamless) 강관으로 나눌 수 있다. 고주파를 이용하는 ERW는 코일로 된 얇은 철판을 가열해 녹이는 방법을 사용하기에 제관이 쉽고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용접이 빠르고 균등하게 되어 높은 생산성이 요구되는 공정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SAW는 LSAW(Longitudinally Submerged Arc Welding Pipe)와 SSAW(Spiral Submerged Arc Welding Pipe)로 나눌 수 있으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강방법이지만 용접부가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심리스 강관의 제관은 인발가공2)으로 봉강에 열을 가해 가운데 구멍을 뚫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은 용접 과정 자체가 없어 전체적인 재질과 조직, 경도가 균등하다는 특성을 가지며, 잔류응력과 수소취성3) 문제가 비교적 낮은 정도로 발생하는 등 전체적으로 높은 성능을 지닌 강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강종은 제관 크기와 두께에 한계가 있고 단가가 높아 원자력·화학플랜트·항공 산업의 특수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2) 인발가공 : 다이(die)에 금속선 또는 금속관을 통과시킨 후 뽑아냄으로써 소재의 단면적을 감소시키고 길이 방향으로 늘리는 가공법
3) 수소취성 : 강의 결정격자 내에 존재하는 수소로 인해 연성을 잃는 현상
강관은 제조사의 성형·용접·열처리 공정 등에서 나타나는 잔류응력, 용접부 개재물(결정 안에 포함되는 기포·액체 방울·작은 결정 등의 이물질) 및 열처리 미세조직의 변화 등이 부식과 함께 발생해 크랙이나 파손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가운데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수소취성은 판재에서 롤링 성형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잔류응력과 열영향부(HAZ)에서 발생하게 되며, 용접 및 열처리 기술을 개선해 잔류응력 완화와 용접부의 수소취성 민감도 개선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져 왔다.
모든 금속재료는 수소취성을 가지는데, 수소를 직접적으로 이송하는 수소강관일 경우 수소 접촉으로 인해 수소의 영향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수소취성은 수소에너지 사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수소가 침투되거나 접촉되는 상황에서 응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갑작스러운 파단과 함께 각종 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발생해도 외부에서는 어떠한 특성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설치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예방적 차원에서 물성과 공정의 개선과 비파괴 검사의 강화가 해결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소취성은 수소에 노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응력이 작용할 때도 발생한다. 이때 수소 침투 혹은 노출 농도, 강관 자체의 잔류 응력과 외부에서 작용하는 하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부분이 기계적 물성을 변화시켜 개선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재 각국의 제강 및 강관 제조회사들은 무게와 재료를 줄이고 저탄소 정책에 대응하고자 제품 제강에 사용되는 원료의 무게를 감량시킬 수 있는 고강도 강재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수소취성은 고강도 강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응력 집중부위에 물성 저하 폭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ASME B31.12의 경우 배관 직경이 1.422mm 미만의 두께일 경우 용접부의 최대 인장강도는 695MPa(100ksi) 이하, 그리고 규정 항복강도에 따라 485MPa(70ksi) 이상을 지녀야 한다.
수소취성으로 인한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수소이온이 금속의 어느 위치에 침투되는지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금속 물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존재하는 수소를 확산성 수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수소를 비확산성 수소로 명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소의 영향성은 가열 시 방출되는 온도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수소는 200℃의 열처리를 통해 방출시킬 수 있고, 관련 강종 물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고 온도에서 주기적으로 수소를 방출하는 게 수소취성을 예방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주기적인 수소 방출 작업 시 소요되는 비용과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고려하면 제강 시 수소 침투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수소취성 억제방법으로는 산화 열처리를 통한 산화피막 형성을 들 수 있다. 금속이나 반도체가 산소와 반응해서 생성되는 엷은 막으로, 적철석(Hematite)·자철석(Magnetite)을 비롯해 여러 산화막이 존재하며 산화막마다 치밀도가 달라 수소 취성에 대한 내성의 정도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고강도강 혹은 용접부에 취약성이 존재하더라도 산화피막 형성을 통해 수소 침투 및 취성에 내성을 지닌 강관을 제조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조 기술에 있어 잔류응력은 제품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잔류응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시험방법이 필요하다. 본 시험방법은 비파괴적인 시험법과 파괴적인 시험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파괴적인 시험법으로 곡률법과 X-ray법, 초음파법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파괴적인 시험법으로는 천공법 및 절단법이 있다.
수소취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강종 시험방법들이 개발되고 있고, 실제 고압 수소환경에 노출시켜 수소취성이 발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방법(In-situ)과 전기화학적인 방법이나 부식을 유도하는 수소장입 시험평가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수소장입 시험평가는 우리나라에서 ISO/TC 17/SC 7 활동을 지속해 ISO 16573-1:2020 및 16573-2:2022를 제정했으며 표준화 연계사업을 통해 국가표준으로 제정까지 완료했다. 또한 In-situ 평가방법은 현재 국가표준으로는 전무한 상황이나, ASTM G 142와 CHMC 1의 특성을 고려한 시험방법을 제정하게 되어 현재 최종심의 단계 중이다. 국제표준의 경우 최근 우리 나라에서 노치가공을 대체해 배관형태에 가공이 용이한 홀 가공 적용 시험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을 비롯해 평택과 남양주, 충남 당진·보령 등 수소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수소 산업 보급화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수소 보급으로 볼 수 있다. 수소기체는 튜브트레일러를 통한 운송보다 배관을 통한 이송이 경제성과 수소에너지 활용 효율성이 뛰어나다. 비록 배관 제작 및 매설에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나 수소배관 인프라가 자리잡은 후에 가지는 이점은 비용을 감안해도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연성 가스로 폭발력이 상당하고 LNG와 달리 수소가스의 수소취성 작용으로 인해 물성저하가 발생하는 점은 수소 사용에 있어 많은 걸림돌이 된다. 향후 수소취성을 방지하기 위한 코팅막이나 산화막, 수소취성 민감성을 개선한 재료연구 등을 지속해 수소에너지 사용 기술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