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모픽 소자 기술 개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기존의 디지털 컴퓨팅 아키텍처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모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병렬처리 능력을 통해 차세대 AI 시스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신경(Neuro)’과 ‘모방하다(Mimic)’의 합성어로, 전통적인 디지털 컴퓨팅 모델인 폰 노이만 구조1)와는 다른 새로운 컴퓨팅 아키텍처를 지칭한다. 뉴로모픽 컴퓨팅 구현을 위한 AI 반도체용 뉴로모픽 소자는 인간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전자소자로, 뇌의 뉴런과 시냅스의 구조, 기능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런과 시냅스의 동작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해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병렬처리와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나 모바일 AI, 자율주행과 같은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
1) 폰 노이만 구조 : 주기억 장치, 중앙처리 장치, 입출력 장치의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구조로,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 컴퓨터의 기본 구조
기술개발 동향 및 산업 현황
뉴런은 입력 신호를 처리하고 출력 신호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정 임계치 이상으로 입력 신호가 모이면 전기 신호 (스파이크)를 생성해 출력한다. 이는 생물학적 뉴런이 시냅스를 통해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시냅스는 메모리 소자를 사용해 시냅스의 가중치를 저장하고, 이 값을 조절함으로써 학습과 기억 기능을 구현한다. 시냅스 가중치 저장과 업데이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PCM(Phase Change Memory), 저항 변화 메모리(RRAM : Resistive RAM),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2) 기반 뉴로모픽 회로 등 다양한 메모리 소자들이 뉴로모픽 소자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PCM은 물질의 상변화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소자로, 시냅스의 가중치를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 높은 데이터 저장 밀도와 내구성을 자랑하며, 뉴로모픽 소자에서의 사용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RRAM은 전기적인 신호로 저항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데이터를 저장하는 소자다. 시냅스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으며,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CMOS 기술을 활용한 뉴로모픽 회로도 있다. 기존 반도체 제조공정을 이용할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한 CMOS 뉴로모픽 회로로는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칩과 인텔(Intel)의 Loihi 칩이 있다. 이 칩들은 수천 개에서 수백만 개의 뉴런과 시냅스를 하나의 칩에 집적해 고성능 뉴로모픽 컴퓨팅을 구현한다.
광학 기반 뉴로모픽 소자는 빛을 이용해 신경망의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이 소자들은 광학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병렬처리 성능의 극대화도 가능하다. 더불어, 전자 기반 소자에 비해 열 발생이 적고, 전력 소모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2)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디지털 회로를 구성하는 데에 이용되는 집적 회로
뉴로모픽 소자의 응용 분야와 기술적 과제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기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뉴로모픽 소자의 주요 응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장치 근처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뉴로모픽 소자는 저전력·고효율의 연산 능력 덕분에 에지 디바이스에 적합하다.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IoT 디바이스에서의 인공지능 연산에 뉴로모픽 소자가 활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율주행 차량은 대량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뉴로모픽 소자의 병렬처리 능력과 에너지 효율성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뉴로모픽 컴퓨팅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반응 시간을 단축하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뉴로모픽 소자는 뇌 신경망의 활동을 모방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신경과학 연구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같은 의료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뇌 신호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뉴로모픽 소자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기존의 디지털 컴퓨팅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다. 에지 컴퓨팅·자율주행·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첫 번째로 뉴로모픽 소자의 제조는 특성상 기존 반도체 공정보다 복잡하고, 생산 비용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제조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둘째로, 뉴로모픽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이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로모픽 컴퓨팅에 특화된 새로운 신경망 모델과 학습 알고리즘의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뉴로모픽 소자와 시스템 간의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술 간의 호환성이 부족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뉴로모픽 소자가 미래 컴퓨팅 기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 표준화 동향
뉴로모픽 소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로, 다양한 제조업체와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소자들이 서로 호환되려면 통일된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포맷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호운용성과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인 이유 중 하나다.
아울러 표준화는 다양한 뉴로모픽 소자 및 시스템 간의 호환성을 보장하고, 기술의 상용화 및 확산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표준화된 플랫폼 위에서 개발된 기술들은 중복 투자를 줄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및 모듈 구조의 표준화, 시험 평가방법 개발, 표준특허 연계 등을 통한 성능검증 기반과 기업별 독자적 성능기준의 기반을 구축한다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하기에 표준화된 성능검증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뉴로모픽 소자의 기본특성·가소성·선형성·비대칭성 특성 평가방법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나, 추가적으로 뉴로모픽 소자의 신뢰성 평가방법 및 컴퓨팅 특성 평가방법 등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한편, 표준을 선도하는 기업과 국가는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뉴로모픽 소자에 대한 표준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으로, 주요 기관들이 이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의 선두 주자로, 표준화 작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IBM, 인텔, 퀄컴(Qualcomm) 등 주요 기업들이 뉴로모픽 컴퓨팅 칩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표준화 작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또한, 스탠퍼드, MIT 등 주요 대학들도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럽은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에 있어 미국에 필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의 CIM(Computational Intelligence and Machine Learning) 산업 표준 그룹은 뉴로모픽 컴퓨팅을 포함한 지능형 시스템의 표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에지 컴퓨팅 환경에서의 뉴로모픽 소자 활용을 위한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개발과 표준화에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표준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전자표준화협회(CESI)는 중국 내 전자 및 IT 기술의 표준화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뉴로모픽 소자와 AI 관련 기술의 표준화를 추진하며, 중국 정부는 CESI를 통해 자국의 기술 표준을 글로벌 표준과 연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과학원(CAS)은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칭화대, 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들도 표준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뉴로모픽 소자를 포함한 차세대 IT 기술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자 국가 주도의 표준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국제표준화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표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로모픽 소자 기술개발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 작업에서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업 주도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으로 일본의 소니, NEC(NEC Corp), 후지쯔(Fujitsu) 등 주요 전자 기업들은 뉴로모픽 소자와 시스템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국제표준화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일본의 기술을 글로벌 표준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뉴로모픽 소자의 성능 및 신뢰성에 대한 규격 및 국제표준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즉, 뉴로모픽 소자의 성능 및 평가법에 대한 표준은 미래의 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이는 시급한 문제다.
국내 표준화 동향
뉴로모픽 소자 기술개발에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표준화 작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표준화 기구 반도체 분야 IEC/TC 47은 우리나라가 간사국으로, 분과위원회 의장 1명, 간사 2명, 작업반 컨비너 8명이 활동 중이다. 반도체 성능 및 신뢰성 평가방법·센서·전력반도체 등 총 401종의 국제표준을 발간했으며 52종의 표준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뉴로모픽 소자의 기본특성·선형성·가소성·비대칭성 관련 표준 4건을 IEC 회의에 제안했다. IEC를 통해 뉴로모픽 소자의 기본특성 평가방법(뉴로모픽 소자의 기본적인 특성을 평가하는 방법), 뉴로모픽 소자의 선형성 평가방법(뉴로모픽 소자의 입력과 비례하는 출력을 평가하는 방법), 뉴로모픽 소자의 가소성 평가방법(입력 신호의 변화에 따라 소자의 전기 전도도 변화 특성 평가방법), 뉴로모픽 소자의 비대칭성 평가방법(뉴로모픽 소자의 가중치에 대한 비대칭성 평가방법) 등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뉴로모픽 소자 개발과 함께 표준화 작업에도 적극적인 상황으로, 이들 기업은 국제표준화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 상용화 및 시장 진출 기반 마련
뉴로모픽 소자의 표준화는 기술의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등 주요 국가들은 각각 자국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협력을 통해 글로벌 표준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준화는 단순히 기술의 통일성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각국이 차세대 컴퓨팅 기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도구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앞으로 뉴로모픽 소자 기술이 더 발전하고, 상용화가 진행됨에 따라 표준화 작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과 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표준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컨비너를 수임한 ‘인큐베이팅 작업반(WG)’을 활용해 뉴로모픽 분야 표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운다면 국내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