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향한 해상 분야 주요 이슈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 현상의 인과관계 여부는 여전히 논란 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범지구적 차원의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경쟁적인 노력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육상운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솔루션이 국가별 정책과 맞물려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상운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향한 요구가 강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 :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는 2020년부터는 연료유內 황함량을 3.5%에서 0.5%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으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는 2050년 온실가스를 50% 감축에서 순배 출량 ‘제로’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유럽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해상 분야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궁극의 모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 측면에서 주요 규제대상인 중형급 이상 선박 시장에서 장기적으로는 수소와 연료전지 등 탄소배출 제로 기반 연료 시스 템을 최종목표로 고려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오랜 개발 기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은 그동안 중간 단계로 활용할 천연가스, 메탄올 및 암모니아 등의 대안연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는 이를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수송방법에 따라 크게 LNG(액화석유가스)와 PNG(배관천연가스)로 구분된다.
PNG는 육상수송으로 인한 한계가 불가피한 반면, LNG는 극저온 액화 후 전용 운반선 등을 통해 이동하므로 향후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는 글로벌 물류는 주로 LNG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해상운송에서 LNG는 석유外 대안연료(메탄올, 암모니아 등) 중 가장 많은 터미널이 구축되어 있어 탄소제로를 향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LNG는 메탄(CH4)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석유계 연료에 비해 탄소함유량이 매우 적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포함한 황산화물(SOx) 및 질소산화물(NOx) 또한 적게 배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세계 최대 LNG 거래업체인 쉘(Shell)은 최근 연례 시장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일본·호주 등에서 LNG 수요는 2010년대에 정점을 찍었지만, 중국을 비롯한 남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40년경에는 LNG 수요가 현재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약 6억 2천 500만∼6억 8천 500만M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떠오르는 신소재, 고망간강
고망간강1) 은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다양한 성능구현이 가능하도록 제조한 신소재다. 마모가 진행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슬러리 파이프용 고망간강, 심한 변형 후에도 비자성 특성이 저하되지 않는 비자성 고망간강,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충격 인성을 유지하는 극저온용 고망간강 등 다양한 시장 가능성을 보유한 소재다. 특히 LNG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은 메탄으로, 액화저장을 위해서는 –165℃ 이하의 극저온 유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존에는 LNG 저장용 소재로 극저온에서 파손(균열 등)되지 않는 니켈합금강, 알루미늄 등이 LNG 탱크 소재로 주로 사용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기존 소재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면서도 동등 이상의 성능을 발현할 수 있는 첨단 소재라 할 수 있다. 본 소재는 포스코에서 2010년 개발을 착수해 2013년에 완료 및 발표했으며 LNG 선박, LNG 육상 터미널 저장탱크 및 차량 탱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1) 고망간강 :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우수한 강도와 충격인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성능구현이 가능한 극저온용 신소재
국제적으로 해양 분야 극저온 액화설비로 사용되기 위한 기술과 소재는 국가별 선급 기준의 국제표준이라 할 수 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IGC(액화수소 운송선박)2) 코드 또는 IGF(수소연료 추진선박)3) 에 등재되어야 한다. 코드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사실상 ISO 또는 ASTM에 등재돼야 인정받을 수 있다. 전기 분야에서 IEC와 IEEE 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해양 분야 액화설비에 서는 IMO의 IGC 및 IGF 코드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IGC 코드가 ‘LNG를 에너지 상품으로서 운송’하는 것이라면 IGF는 ‘선박이 LNG를 연료로서 사용하는 개념’에서의 기준으로 볼 수 있다. 포스코에서 개발한 극저온 고망간강은 에너지 상품으로, 운송하는 LNG 시장을 주로 겨냥해 IGC 코드 등재에 집중하였다. 기존 IGC 코드에서는 LNG 극저온용 소재로 스테인레스강, 알루미늄합금, 9% 니켈강 및 니켈합금강 소재만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도로 ISO 21635(선박 및 해양 기술-선박용 LNG 탱크에 사용되는 고망간 오스테나이트강의 사양) 및 ASTM A1106/A1106M을 제정하면서 2022년도 IMO의 IGC코드 등재(극저온 화물, 연료 운송용 선박소재)를 완료했으며 2026년 1월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2) IGC(액화수소 운송선박) : International Code for Construction and Equipment of ships Carrying Liquefied Gases in Bulk
3) IGF(수소연료 추진선박) : International Code of Safety for ships Using Gases or Other Low-flashpoint Fuels
위의 추진 품목은 ISO, ASTM 표준명에서 보듯이 판재(Plate)에서 이루어진 실적이며 현재 방재시험연구원, 포스코, 한국철강 협회 등이 Casting에 대한 IMO 신규등재를 추진·협의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사실상 철강 소재로서 우선 검토되었던 ISO/TC 17(철강)에서는 극저온 고망간강이라는 신소재를 기술적으로 검토할 적절한 SC 위원회를 할당하지 못해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한편, 극저온 고망간강의 주 기대 사용처가 LNG 탱크 분야다 보니 해양과 관련된 ISO/TC 8/SC 8(선박 설계)에서 전략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주요 경과에서 본 품목에 대한 신규등재를 가장 반대했던 국가 중에 일본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TC 17 사무국에서의 대응에 대해 의도성은 없었는지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국제표준화에 있어서 중국은 범용강재를 중심으로 한국과 경쟁한다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최근 초고강도, 고부가 강종 분야에서 한국을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2020년 한국철강협회, 포스코, 고려제강이 공동 추진한 세계 최고강도 PC 강선 (2,360MPa급) ISO 6934-4 신규등재 당시만 해도 중국은 회의장 내에서 발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일본도 한국의 기술을 인정하고 2,230MPa로 한 단계 낮춰 등록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2,360MPa급 PC 강선의 KS를 취득하고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포스맥4)으로 알려진 3원계(Zn·Al·Mg) 도금 강판의 경우도 개발을 완료하고 국제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한국이 최초 개발한 극저온 고망간강 역시 중국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 유사강종 개발을 이미 완료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 포스맥 : 포스코가 개발·생산하고 있는 강철로 잘 녹슬지 않는 내식강
협력과 주도를 위한 표준화 기반 조성
다른 고부가가치 강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고망간강과 같은 특화된 제품에서도 중국이 추격해 올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표준기구를 통한 경쟁제품의 사양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ISO와 같은 국제표준화기구만큼 경쟁국 제품의 사양을 정량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 국제표준화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에 속하는 중국은 최근 10여 년 사이 인력보강 및 전문성 향상 측면에서 ISO 국제표준화 활동을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일본철강연맹(JISF)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국가 특유의 인원별 실적 기반으로 주요 품목별 제·개정 목표를 꾸준히 달성해 나가고 있고, WG 회의에서 쏟아내는 질문들도 1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수준이 날카롭고 집요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표준화 플랫폼의 중요성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선급의 경우, 미국 ABS의 영향력은 대단하지만 사실 미국은 조선산업 순위에 있어서는 상위권에 들지 못한다. 한국과 중국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CSIC 등이 상위권을 다투고 있지만, 중국이 이처럼 국제표준화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와중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의 기술 지배력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앞에서는 선진국의 위엄과 무게 혹은 텃세가 버티고 있고, 뒤에서는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표준은 기술과 정책을 이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연구실에서 밤을 낮 삼아 열심히 개발한 초일류 소재가 세계시장에서 확산하려면 표준화 플랫폼 활동이 필수적이다. 특히 조선 분야 철강신소재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관련기관에 대한 민관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