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탄소중립을 향한 대체연료 선박의 등장
국제사회는 범세계적인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정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7월 진행된 제 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에서 해운 분야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전략(GHG Strategy) 개정안을 채택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하기로 했던 초기전략의 목표를 강화해 2050년경에는 순배출량 ‘0’(Net-Zero)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략은 지난 5년간 유지된 초기전략을 보다 의욕적인 중기전략으로 수정하기 위한 논의에 따라 도전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한 결과다.
국제사회는 선박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대체연료에 대해 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연료의 생산부터 연소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규제하며 실질적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초기전략 단기 조치로 채택된 ‘선박연료 전과정 지침’은 연료의 생산단계(Well-to-Tank)부터 소비단계(Tank-to-Wake)를 모두 포함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분석하는 방법을 제공하며, 이는 MEPC 80차(2023.7.)에서 최종 채택되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3년부터 이미 에너지효율과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EEDI(에너지효율설계지수), EEXI(현존선박에너지 효율지수), CII(선박탄소집약도지수) 등 단기 조치 규제를 예정대로 이행하고 있다. 향후 DCS(선박연료유 사용량 보고제도)를 통해 축적한 2019년 이후 선박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GFS(연료유표준제도)와 온실가스 부담금(GHG Levy)과 같은 강력한 환경규제들이 시행될 예정이다.
대체연료 선박 국제표준화 필요
이렇듯 국제해운 환경규제 시행에 따라 대체연료 선박에 대한 기술개발과 표준화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대체연료 선박에 대해 미세먼지나 질소·황산화물 등과 같은 공해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선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해운산업에서 지칭하는 대체연료 선박은 기존 화석연료를 추진용으로 사용할 때 배출되는 환경 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가적인 신기술이 적용된 선박일지라도 대체연료 사용이 필수적인 요소로 요구되고 있다.
선박이 대양을 항해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안전성과 감항성을 보증하는 국제선급협회(IACS)의 검사와 인증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ISO/IEC 국제표준은 국제해사기구의 강제 규제 이행을 위한 수단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국제선급협회의 선급 규칙으로 채택되는 등 조선해양 분야에서 국제표준은 더욱 큰 중요성을 지닌다.
국제해사기구는 해사안전위원회(MSC),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강제기준을 정의하는 의제 문서에 ISO/TC 8(선박및 해양기술) 소관의 국제표준을 약 181종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제선급협회(IACS)의 선급 기술규칙 일부를 분석했을 때 전술한 분야의 국제표준을 약 63종 채택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기술개발 및 산업 동향
우리나라는 2022년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전 세계 수주량 1위를 달성하는 등 높은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국내 조선 및 기자재 기업들은 탄소 저감 추세에 대비해 다양한 대체연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술개발에 임하고 있다.
LNG
LNG 추진 기술은 널리 상용화되어 다양한 선박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역대 최고선가를 경신 중인 대형 LNG 운반선의 경우 전 세계 발주량 1,452만 CGT의 70%에 해당하는 1,012만 CGT를 우리나라가 수주했으며, LNG 추진선박은 전 세계 발주 물량 중 54%를 우리나라가 수주해 LNG 선박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메탄올
메탄올 연료추진 기술 또한 개발이 완료되어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독자 모델의 엔진 개발을 통해 힘센(HiMSEN) 엔진 개발에 성공하여 자사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도 공급하고 있다. 2023년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컨테이너선 29척 가운데 24척이 메탄올 추진선이었으며, 덴마크 머스크(Maersk)로부터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를 발주받는 것을 이어 2024년에도 순차적으로 8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를 완료 중이다.
암모니아
국내 암모니아 추진 선박 기술의 핵심은 독성 처리를 위한 연료공급시스템과 추진엔진으로 구성된다. 연료공급시스템의 경우 현대重(2021), 삼성重(2023)에서 개발 완료했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 국내 최초로 영국로이드선급협회(LR)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수소
국내 산업계와 연구계가 공동 개발을 통해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의 안전성과 타당성을 인증받아 한국선급으로부터 AIP 인증 2건을 획득(2022)했다. 현재 수소 연료추진을 위한 선박은 핵심 기자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 및 선박 건조 단계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주 선종인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후둥중화 조선소 등에 자국 발주해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조선소는 카타르에너지로부터 LNG선 중에서도 가장 건조 난도가 높은 26만㎥급 극초대형 큐맥스(Q-Max) LNG 운반선 8척을 수주함으로써 국내 업계가 독점해온 LNG 선박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분석된다.
최근 5년간 중국의 LNG 선박 건조능력을 갖춘 조선소는 2곳에서 5곳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까지 LNG 선박수주 점유율(韓 80%, 中 20%)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가와사키 중공업(KHI)이 개발한 수소 이중연료 발전기 엔진 및 관련 시스템이 ClassNK 기본승인(AIP)을 획득했다. NYK 해운사는 2030년 이후 무탄소 선박으로 대두되는 암모니아 연료선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2030년 암모니아 연료선 건조를 시작으로 2035년경부터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일본의 수소 선박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정부와 산업계 주도로 액화수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호주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인 스이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호를 건조한 성과가 주목된다. 운반선에 액화수소를 싣고 약 2주간의 항해를 거쳐 인수기지에 하역, 저장해 운송과 저장시스템을 시험 및 실증한 성과를 거두었다.
주요 표준화 동향
선박 및 해양기술의 국제표준화를 다루는 ISO/TC 8 기술위원회는 선박의 기계·부품·장비, 해양 안전 및 환경보호, 선박 구조및 설계, 항해·운항, 해저 탐사 등 표준개발을 위한 12개의 SC 및 9개의 WG로 구성된다. 이 중 친환경 선박과 관련 있는 분야는 SC 3(배관 및 기계류), SC 3/WG 19(대체연료 기계 시스템 및 부품), SC 25(해상 온실가스 감축) 등이 있다.
특히 대체연료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SC 3 하부기술위원회와 산하의 WG 19 작업반에서 개발 중인 국제표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암모니아 선박, 수소 선박 등 미래 대체연료 선박과 관련된 핵심 기자재 국제표준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자 2022년 신규 개설을 추진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가 컨비너와 프로젝트 리더를 수임 중이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선박 분야에서는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에 대해 각국의 산업계에서 혼재되고 있는 용어를 통일해 정립하려는 표준으로서 ISO 23397(암모니아 추진 선박-용어)을 통해 암모니아 선박 관련 국제표준을 2023년 세계 최초로 제안해 개발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ISO 24941(암모니아 추진선박 엔진룸의 안전지침) 국제표준을 신규로 제안함으로써 현재 주요한 미래 대체연료 선박으로 전망되는 암모니아 선박 관련 국제표준을 세계 최초, 세계 유일하게 개발하며 표준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소 선박 분야와 관련해서는 ISO 11326(선박용 액체수소 저장탱크 안전성 시험평가) 국제표준을 통해 선박용 액체수소 저장 탱크의 안전성 및 성능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실증이 가능한 시험평가 절차를 국내 최초로 제안·개발하고 있다. 최근 P-멤버 각국으로부터 DIS(ISO 국제표준안)를 승인받아 올해 발간될 예정이다. 이러한 수소 선박에 저장된 액체수소를 선박 또는 육상 터미널에 공급하기 위한 핵심 장비인 밸브는 크게 볼 밸브, 체크 밸브, 역류방지 밸브 등으로 구분된다. 선박 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유체의 흐름은 화재 또는 폭발 등의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어 객관적인 시험·인증이 필수적이다. 국내 조선해양 기자재 업체에서도 극저온 밸브를 직접 개발 및 생산 가능한 만큼 액체수소 밸브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ISO 국제 표준문서 개발이 필요하며, ISO 21341(선박용 액체수소 밸브 안전성 시험평가) 국제표준을 이어서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미래선박 수주 경쟁력 강화를 향한 항해
국제표준화기구에 국내 선도기술 기반의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글로벌 표준에 대한 대응은 우리나라 기술 주도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선박 국제표준화 주도성 확보를 통해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확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물론, 우리 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입이 유리할 것이다.
특히 국제해운 환경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신기술이 적용된 선박의 성능을 평가하고 운항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표준으로 국내 기술이 적용된 핵심 기자재의 신뢰성 확보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향후 조선해양 산업 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미래선박으로 대두되는 대체연료 선박 분야의 국제표준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우리 조선 기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